거마비(車馬費)
생각해봐
니가 제주도에 살아
심사하러 서울까지 와야해
명색이 교순데 
호텔에서 숙식을 해결해줘야 않겠어?
박사학위는
앞으로 니 얼굴이 될건데
그 정도는 아낌없이 줘야 않겠어?

서른 넘어 알게 된
이 예스런 한자어
그냥 익숙한 교통비로 바꿨으면
수 백일 밤을 지샜던 날들을
씁쓸히 비웃고 있어서
수 년간 처량맞은 강사료를
방학 때마다 
야금야금 빨아먹고 있어서

퍼플 20091102 추워졌다, 지겨운 곳이 소중해진다, 행복하다
* 이미지: [한겨레신문] "박사 되려면 1000만원 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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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rple | 2009/11/02 16:49 | Vigils | 트랙백 | 덧글(0)
인생 뭐 있어?

참 많은 이들이
소박하게
쥐죽은 듯이 오전을 맘껏
잠들고 싶다고 말한다

정작 주말 아침이 되면
평일의 개줄이 거치적거려
냉수 한 잔 말똥말똥 들이키고
바보상자에서 나오는
어느 시골 산물을 반찬삼아
시식 코너만큼의 밥을 깨지락댄다

놀랍지 않은가? 사람들이
가장 해보고 싶은 게 죽는 거라니?
옛 분들은 이미 알고 계신 듯하다
혼수상태가 이승잠이고
숙면상태가 저승잠이라며

일찍 가버린 사람들을 슬퍼하며
억울한 죽음에 산 사람들에게 화내며
아는 사람들만큼은 살아남기를
나도 모르게 잠깐 졸았다가
입이 달아
역시 냉기 한 움큼 들이키고는 
그 많은 푸념들을 땅속에 뉘었다

* 퍼플 20091031 그녀는 꿀잠이란 단어를 좋아했다
퍼플의 사진첩에서 [서해대교 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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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rple | 2009/10/31 19:16 | Vigils | 트랙백 | 덧글(0)
엉망

주말에 마셨던 찬 공기가
참 새콤달콤해서
소주를 안주삼아 들이켰다
간만이라 낯설고
속이 따끔거리고
취기가 오르며 머리가 맑아졌다
냉정한 힘과 침묵의 고독이
느닷없이 힘을 약속해주었다
움츠리며 총총 걷는 사람들 사이로
아주 낮고도 유유히 날아보았다
무척 가벼웠다

다음날 새벽의 공복에는
불현듯 눈이 빨라지고
두 손가락이 빛나곤 했다
오전의 허기에는
사지가 끈적거리고
연신 눈을 손으로 부볐다

월요일 오전 수업을
가을 타 듯 마쳤더니
그 취기의 망상을 버리라는
타박을 들었고
묵직하다 못해 버거운 일상이
고스란히 반짝거렸다
번역 문서와 논문 자료들이
샐쭉거리는 꼴이 같잖아
또 비틀대며 물 위를 걸었다

퍼플 20091013 소개냐 정리냐 참 극단적인 표현을 들으니 속은 후련했다
* 퍼플의 사진첩에서 [as it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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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rple | 2009/10/12 23:42 | Vigils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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