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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로그 마이가든



처서술 Vigils2

햇빛이 따끔따끔하니 그늘에서 신호를 기다리세요
요령과 지름길은 어디에나 있다는 거 아시지요?
밤바람이 으슬으슬하니 소주 한잔 받으세요
진솔하게 다가가면 누구든 받아주기 마련이고요
이상, 더위를 다스리는 방법입니다

퍼플 20110823 시덥지 않은 이유들을 청소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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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갈 권리 Vigils2

열흘 중에 닷새를 마셨는데
나머지 닷새는 어디로 갔을까
사지가 얇아지고 군살이 생기는데
운동을 탓하며 건강을 정의하지 못하네

죽음 옆에 죄다 꽃다발을 놓고는
죽어가는 사람들은 왜 모두 엎드릴까
결국 안 되는 구나로 푸념하기 전에
삶의 롤러코스터의 티켓을 끊어야지

출판했다고 스스로 머리를 쓰다듬다니
니 속에 많은 것들이 숨바꼭질이네
한 권 한 권 나오기 전까지
글 속에서 죽어봐야 정신차리지

퍼플 20110815 anonymity of self: 자신을 달래지 말 것.
퍼플의 사진첩에서: 속초 백도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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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烏賊魚) Vigils2

혼자 오는 식당이 이제야 익숙하다
메뉴를 고르는데 아직도 서툴다
결국 물에 사는 걸로 시킨다
까마귀를 먹는 놈이란 뜻의 이름이란다

애당초 내 몸뚱아리에는 먹물 따윈 없었다
어쩌다가 오징어가 까마귀를 먹고
어쩌다가 까마귀는 소금을 맞게 되었는지
과장할 필요 없이 법원에 개명을 요청한다!
절망과 실존을 있지도 않은 무의식에 담궜더니
어렴풋한 치기어린 도발적인
쓸데없는 형용사 상자만 남았다

교수가 되면 헤르메스를 공무원으로 볼까
신랑이 되면 카프카는 백수 골칫거리로 볼까
아빠가 되면 아이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을까
얽힌 배알이니 다음엔 낙지가 낫겠다

퍼플 20110804 당최 우선 순위가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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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 Vigils2

컴퓨터가 말썽이라 결국 새로 샀다
비오는 술자리에 새로 담배를 사다 준 친구처럼
매제가 조립해서 설치해 주었다
2년 쓰시다가 업그레이드하시지요
이전 것은 한번 고쳐볼게요
연구소의 공무원용 컴퓨터보다 든든해 보였다

대체할 사람이 없어 자기가 결국 일을 하다가
어쩔 수 없이 일이 계륵으로 느껴지기도 했고
믿었던 사람이 뜻대로 가지 않아 때론 지쳐
이 작은 틈바구니에 속이 뒤집어지기도 했다
어찌됐든 아프지 말라는 유통 기한에
비위 상했다고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조금 서둘렀어야 했다
좀 더 부지런했어야 했다
그 컴퓨터는 생채기에서 파상풍의 진단을 받았다
잠깐 내버려 두어도 괜찮다
잠시 잊어도 좋겠다
다르게 적힌 추억이 새롭게 기억나기도 했었다

퍼플 20110731 다시 비가 내리다. 용아,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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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가지 명제(작가와 비평가)-벤야민 Material Imagination

작가의 기법에 관한 13가지 명제

1. 비교적 큰 작품을 쓰려고 생각하는 사람은 기분 좋게 시간을 보내도록 하고, 하루 작업량을 끝낸 뒤에는 나중에 이어질 작업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해도 좋다.

2. 원한다면 이미 이룩해놓은 것에 관해 이야기해도 좋지만 집필을 하는 동안만큼은 이미 쓴 것을 소리 내어 읽지 말 것. 이미 써놓은 것을 읽으면서 흡족해하면 템포가 더디어지기 때문이다. 이 규칙을 준수한다면 전달하고 싶은 바람이 더 커짐으로써 결국 이것이 작품을 완성시키는 추동력이 된다.

3. 작업환경을 조성할 때 평범한 일상을 벗어나도록 할 것. 맥 빠진 소음 속에서 반쯤 쉬어가면서 하는 작업은 품격을 떨어뜨린다. 그에 반해 피아노 연습곡 소리사람들이 일하면서 지르는 소리들은 유난히 고요한 밤의 정적과 마찬가지로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밤의 정적이 내면의 귀를 날카롭게 만들어준다면, 피아노 연습곡을 치는 소리와 일하는 사람들의 소리는 밖에서 들리는 기괴한 소음들까지도 자신 속에 파묻어버릴 수 있을 풍부한 어법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판가름할 시험대가 된다.

4. 아무 도구나 사용하지 않도록 할 것. 특정한 종이, 펜, 잉크를 좀스럽게 보일 정도로 고집하는 태도가 도움이 된다. 사치를 추구해서가 아니라 이러한 도구들을 풍부하게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5. 어떠한 생각도 자기도 모른 채 흘려보내지 말 것이며, 외국인등록 일을 담당하는 관청처럼 자신의 노트를 엄격히 관리할 것.

6. 영감이 떠오르는 대로 따라가지 말고 펜을 뻣뻣하게 굴릴 것. 그러면 펜대는 그 영감을 마치 자석의 힘처럼 끌어당길 것이다. 착상이 떠오를 때 그것을 적는 일을 침착하게 주저하면 할수록 그 착상은 그만큼 더 잘 익어서 품에 들어올 것이다. 말은 생각을 정복하지만 글은 그 생각을 지배한다.

7. 아무런 착상도 떠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글쓰기를 그만두지 말 것.(식사시간이라든지 약속과 같이) 지켜야 할 어떤 일정이 있다든지, 아니면 작품을 마친 경우에만 글쓰기를 중단하는 것이 문필가가 명예를 걸고 지켜야 할 계율이다.

8. 영감이 떠오르지 않거든 이미 써놓은 것을 깨끗하게 정서하면서 시간을 보낼 것. 그러다 보면 직감이 깨어날 것이다.

9. 글쓰기를 하루도 거르지 말라 - 그렇지만 몇 주씩 거를 수는 있다.

10. 한 번이라도 저녁부터 이튿날 훤하게 날이 밝을 때까지 앉아 있던 적이 없는 작품일랑 결코 완전한 작품으로 여기지 말 것.

11. 작품의 결미부분은 평소의 작업공간에서 쓰지 말 것. 그 공간에서 결말을 완성할 용기가 나지 않을 테니까.

12. 집필의 단계: 사고 - 문체 - 글. 정서(正書)의 의미는 글을 쓸 때 서예를 할 때처럼 정성을 글씨에만 쏟는 데 있다. 사고는 영감을 죽이고, 문체는 그 사고를 묶으며, 글은 그 문체를 보상해준다.

13. 작품은 구상의 데스마스크(death mask)다.

 

비평가의 기법에 대한 13가지 명제

1. 비평가는 문학투쟁의 전략가이다.

2. 당파를 정하지 못하는 자는 침묵해야 한다.

3. 비평가는 지난 예술시대를 해석하는 자와 아무 상관도 없다.

4. 비평은 예술인들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 왜냐하면 예술인 서클(同人)이 쓰는 개념들은 구호이고 또한 오로지 구호 속에서만 전투의 함성이 울려 나오기 때문이다.

5. “사실성”(객관성)은 항상 당파정신에 희생되어야 한다. 투쟁의 대상이 되는 사안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면 말이다.

6. 비평은 도덕적 사안이다. 괴테가 횔덜린과 클라이스트, 베토벤과 장 파울을 오인했다면, 그것은 그의 예술관 때문이 아니라 그의 도덕에서 비롯된 것이다.

7. 비평가들에게 그의 직업동료는 상위의 심급(審級)이다. 독자가 그러한 심급이 될 수 없다. 후세는 더더욱 아니다.

8. 후세는 잊어버리거나 기릴(칭찬할) 뿐이다. 비평가만이 작가의 면전에서 판결을 내린다.

9. 논쟁(혹평)이란 한 권의 책을 그 책에 들어 있는 몇 개의 문장을 가지고 처치해버리는 것을 뜻한다. 그 책을 적게 연구할수록 그만큼 더 좋다. 파괴할 줄 아는 자만이 비평할 능력이 있다.

10. 진정한 논쟁은 한 권의 책을 마치 식인종이 갓난아이를 요리하는 것처럼 애지중지하며 다룬다.

11. 예술에 대한 감격은 비평가에게는 낯선 개념이다. 비평가의 수중에 든 예술작품은 정신적 가치를 두고 벌이는 싸움에서 그가 투입할 수 있는 백병(白兵)이다.

12. 비평가의 기법을 짤막하게 요약하자면: 이념들을 배반하지 않으면서 표어를 부각시킬 것. 칠칠치 못한 비평이 만들어낸 표어들은 사상을 유행에 헐값으로 팔아 치운다.

13. 독자는 언제나 부당하게 취급당하면서 그래도 결국 비평가에 의해 대변되고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 Walter Benjamin [일방통행로]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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