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산행

1년반만의 산행이었다.
백담사-영시암-오세암-마등령-금강굴-비선대-설악동
으로 가려 했으나 마등령에서 왔던 길을 되돌아 왔다.
동서울터미널에 새벽 첫차를 타려 했으나 이미 9:30까지 매진된 상태라
다시 부랴부랴 집으로 가서 차를 끌고 백담사 입구까지 10시 경에 도착했다.

산행 중에는 두 가지 저릿함이 있다.
땀이 맺히고 흐르기 시작하며 숨이 가쁘고 가슴이 쿵쾅거릴 때
목덜미에서 등줄기로 이어지는 부분에서 그 기운이 서려온다.
특히 전망이 트이는 길목이나 산등성이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이할 때 더 몰려온다.
다른 하나는 거의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
담배 한대를 피우면서 뻐근한 다리가 풀려오며 집에 가서 눕고 싶다는 기분에서 생기는데
대퇴부 또는 뒤꿈치에서 무릎에 이어지는 부분에서 저릿함이 있다.

한창 산을 찾아다닐 때는 하산 때에 생각할만한 소재 몇 개를
머릿속 한 켠에 넣어두었다가 이런저런 연상하는 것을 즐겼다.
이번은 몸이 부실하고 나이가 들어선지 그런 준비는 없었다.
그저 반복되고 지치는 생활的을 떼어내고 싶었다.
보폭을 좁게 최대한 발바닥을 바위와 땅에 밀착시켜 올라가려 했다.
문득 나는 올라가기 위해 흙과 돌을 밀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흙과 돌을 의지해도 괜찮다, 아니 의지해야 오를 수 있다.
1275봉과 공룡능선이 보이는 마등령에서 커피는 역시 최고였다.
내려갈 때 슬슬 다리가 결려오고 허리가 뻐근하기 시작했다.
오를 때의 근육과 내려갈 때의 근육이 달랐다.
특히 내려갈 때는 견뎌야 할 몸무게의 하중이 있기에
힘을 쓰는 부분의 분배가 중요했다. 성급하게 속도를 낼 것이 아니라 정리가 필요했다.
약 8시간의 산행이었다.

오름의 집중과 내림의 균형.

* 형님의 사진첩에서[마등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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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rple | 2008/10/13 00:54 | Ravings2008 | 트랙백 | 덧글(0)
뭐, 라면?

주황색을 보면 어렸을 때 놀던 방공호 냄새가 난다
우지파동이 뭔지도 모른 채
스프를 얼마나 넣고 어떻게 부셔뜨리느냐에 따라
쟈키쟈키가 되고 새우깡이 되고 자갈치가 된다
나중에 그게 또 해장국이 될 줄은 몰랐다
주전부리도 되고 식사도 되는 걸 진작 알았더라면


쓰린 머리와 어지러운 속을 달랠 때는
파와 계란 따위는 집어치워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물조절과 시간차
이런저런 맛, 또 다른 맛을 원하지 않는다
불은 듯 고슬고슬한, 오동통한 듯 온기에 퍼진,
집중하는 칼칼한 맛!


경제를 살리겠다는 일면 기사도
연타석 홈런을 날리는 야구선수 기사도
매끈한 굴곡을 자랑하는 CF 여자 모델 광고도
시큼한 김치와 짭조름한 단무지라면
이미 충분히 간이 배어버렸다

가난한 맛을 배부르게 뚝딱 비우고는
습관 한개비를 물고
한모금씩 부끄러운 꿈을 내뱉는다
똥을 싸고 다시 일할 시간이다

퍼플 20080921 운동을 쉬었더니 허기가 사라지다
40대를 위해서 운동해야지 ㅎㅎ
때로는 너무나 도와주고 싶지만
모른척이든 안달나든 가만히 지켜봐야 할 때가 있었다
잔소리없인 살아갈 순 없지만
머리가 깨지도록 술잔을 비울 때가 있었다
* 퍼플의 사진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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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rple | 2008/09/22 00:04 | Vigils | 트랙백 | 덧글(1)
그 곬에 가고 싶다
진작에 했을 일을 후회하다보니
그게 좀 지겨웠던 게다
어느 팀장은 느슨해지고 어수선한 이 공기를 깨닫고는
처음처럼 닦달할 필요를 느낀 게다

솔직히 살가운 걸 귀찮아해서
속이 곪아가는 숙주에게 이제야 아양을 떤다
맏이라는 역할에 게으른 옰*으로
기억과 공상은 잊고 손발에 충실해야 한다

빚이 없다는 게 위로가 되는 요즈음
보드랍던 ㅅ ㅈ ㅊ 받침 모두
점점 딱딱해져가는 탓에
한 명이라도 데리고 갈 그 곬*으로
파고 들어 가고 싶다 

퍼플 20080825 얼마나 가야 선택이란 걸 할 수 있는 건지
* 퍼플의 사진첩에서 [설정]
* 옰: 일의 잘못한 것에 대한 갚음.
*곬: 한쪽으로 트여 나가는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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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rple | 2008/08/24 23:51 | Vigils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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